키즈카페에 가면 처음 만난 어린이들이 금세 단짝이 되어 몇 시간이고 어울려 함께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시간 전에 만난 단짝과 헤어져야 할 때 무척 아쉬워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 사회성에 감탄하며, 누구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 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가능성에 놀라기도 한다.어린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양육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가 질문을 하는데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거의 한 번도 어김없이 “성별”과 “나이”다.같이 사는 어린이인 다인이와 키즈카페에 가면 다른 어린이들이 젠더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다인이의 머리
인하대에서 성폭력 사망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열흘 뒤인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 조속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기록하며 2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지율 반등을 위한 카드다.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경험하며 어떤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기에 보일 수 있는 언행이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젠더 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에 대
최근 한 중학교에서 진로 시간에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게 됐다. 키오스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드론 택배 등을 주제로 소비자로서 누리는 ‘무인 서비스의 편리함’ 그리고 사장님으로서 ‘일하는 사람이 두지 않을 때 늘어나는 소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그 후, 자신을 소비자나 사장님이 아니라 ‘일이 필요한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무인 서비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했다.처음에는 자신이 “그런 일”이 필요한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그러다 “일자리가 줄어들긴 하겠네요..”라는 말이 나오긴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이 구로구에 왔을 때 이주민 2세인 한 청소년이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미디어에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넘치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이주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구로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차별을 끝내기 위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주민이 많은 도시인 구로에서 이 청소년은 중국어로도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담담하지만 절실했습니다.한국계 중국인(조선족)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차별을 익숙한 듯
지난 3월 16일 성공회대학교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생긴 후 또다시 가짜뉴스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첫째로 여성을 앞세워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LGBT 단체, 국가인권위원회, 페미니즘 단체들 그리고 여성가족부까지 모두 성소수자들의 권리만 우선시하느라 여성의 권리는 뒷전’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은 결코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화장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불과 몇십
여름이 되면 남구로역에는 새벽에 매일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고는 합니다. 하루 일해서 하루 일당을 받는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일 천여 명씩 모인다는 뜻 입니다. 그런데 그 중 90%의 사람들은 일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보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한 달 내내 새벽 4시에 나와도 한 달에 6-7일 정도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무슨 문제일까요? 이 문제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할까요?한국에서 고등학교
혐오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이를 규제할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혐오를 통해 더 많은 표를 얻으려 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해 누군가의 삶을 폭력으로 물들게 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와 경제에 걸친 구조의 문제는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역할고정관념에 근거하며 이성애 중심적인 불평등한 젠더문화를 유지, 강화시키며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다양한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진 동료시민을 낙인하고 배제하고자 했던 이 폭력의 이름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다.지난 2월 4일과 5일, 세상을 달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형태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 사람들은 ‘공인’으로 호명된다. 공인에게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요한 사회적 책무가 주어진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개인들을 만나며, 개인들의 사회화와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연예인일수록 그 책무는 크다. 공인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는 공인의 문제적 행위나 발언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공인이 문제적인 행위나 발언을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를 문제로 여기지 못하거나 혹은 묵인하며 방조할
부당한 일을 강요받을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회사에서 우리 회사의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 처리하지 않고 모아뒀다가 비가 많이 오는 날마다 몰래 흘려 내보내도록 지시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또는 우리 회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훨씬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향의 업무를 지시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또는 많은 노동자를 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당당히
목숨걸고 연애해야 하는 사회한국에 사는 여성들에게 폭력이나 살인을 당할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행동은 남성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거나 과장이 아니다. 통계가 말해주는 실제 상황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그저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을 것 같은 남성’을 찾는다는 답변을 하는 여성들이 많을 정도다. 연애를 할 때 폭력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고 이별을 할 때도 폭력을 두려워하며 ‘안전이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야만 하는 세상이다. 젠더 불평등이 공고한 사회에서 연애란 자신을 위험에
우리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무수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할 수도 있고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건물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게 농구공을 튀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하면 우리는 어떤 저항을 받게 될까요? 지난주에 소개했던 ‘가장 저항이 적은 길(paths of least resistance)’이라는 개념에서 ‘저항’이란 우리가 자신의 위치에 맞게 자신이 놓인 상황에
지난 2월 26일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름뿐인 인권센터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해 대학의 문화와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예산, 전문인력, 권한이 필요하다. 둘째로 학내 구성원들이 사회적 특권과 억압(social privilege and oppression)을 만들고 유지하는 권력(power)에 대해 고찰하고, 권력에 도전하고 해체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다양성과 포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영화 를 보면 NASA(나사,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 자신이 일하는 건물에는 유색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있는 다른 건물로 뛰어다니는 장면이 등장한다. NASA에서도 수학적인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는 주인공이 겪는 일이라는 점에서 차별이 무엇인지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그 충격 또한 크다. 차별은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그 조직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지조차 상관없게 만든다. 능력 그리고 경쟁이 모든 것이 해결해
장애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다?오늘은 인어공주와 라푼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목소리를 잃어 자신이 왕자를 구했다고 말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 이야기는 여전히 그림책과 영상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일차적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 운명을 걸기 위해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선택을 했다면 필담을 나눴다든지 수어를 배운다든지 소통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비장애인 중심적으로 쓰인 이 이야기는 음성언어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무력
‘20대 개새끼론’과 ‘노인 투표권 박탈론’과 같은 세대담론은 정치적으로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결코 단일하지 않은 집단을 아주 납작하게 판단하며,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하는 정치의 책무를 뒤로한다. 세대담론을 이용하던 정치인들의 나쁜 습관은 이제 젠더갈등 담론으로 이어가며, 누가 더 ‘억울한 20대 남성’을 위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노동 착취를 용이하게 하는 구조가 만드는 차별과 폭력이 20대 남성들이 느끼고 있는 억울함과 분노의 본질이라는 것을 철저히 숨긴 채, 20대 남성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정치
정체성 정치의 점검‘정체성’에 집중하고 호소하는 정치를 점검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전략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결집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러한 전략에 자신의 ‘기준’과 이권을 빼앗긴다고 여기며 분노를 느껴온 사람들을 자극하는 극우 포퓰리즘 역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한계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체성 정치’의 방향을 점검하며 모두가 포함되는 세상으로 향해야 할 정치와 사회운동이 퇴보하지 않도록 한계를 직면하고 변화를 고민해야 합니다.‘소수자 타이틀’ 뿐
정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의 주권행사가 오직 투표일에만 가능한 것처럼 축소돼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민들의 생각을 모을 수 있는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해 가지만 여전히 이 사회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거대양당 중심의 소선거구제는 시민들을 대표하지 않는 정치인을 양산하는 시스템이며 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로 정당성을 확보한 정치인들은 ‘권리를 위임받았다’는 근거로 정치권력을 휘두릅니다. 오늘날의 정치는 시민의 편에 서있지 않으며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인간중심적이고 자본중심적인 산업화가 지구를 황폐화해 온 과정과 그 결과가 어떻게 전염병과 기후위기 시대를 도래하게 만들었는지 직면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멸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함께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연대를 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공동체적인 노력이 아닌 여러 소수자 정체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강화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결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세 명의 트랜스젠더 활동가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국가가 할 일을 하기는커녕 ‘군인으로서 국가를 계속 지키겠다’는 트랜스젠더 하사관을 강제로 전역시키고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차별과 혐오라는 폭력에 노출되도록 방기함으로써 국가가 직접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시민사회는 어떠했나요? 우리는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쓰며 트랜스젠더를 향한 혐오를 확산시키는 집단을 용인한 것을 반성하고 다시 생각해봐야만 합니다.‘고환을 떼면 여자가 될 줄 알았던 남자가 죽었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사회의 남성특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이성애중심주의사회에서 이성애자가 가지는 정상성의 특권과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등 차별과 억압의 사회구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아주 간단히 말하면 당신을 조용하게 만들기 위한 반응입니다. 당신이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싫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다시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화를 낸다’라고 표현했지만 훨씬 더 다양한 반응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예쁜 애기는 그런 이야기하는 거 안 어울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